'오자병법(吳子兵法)'을 읽고
이 책 오자병법(吳子兵法)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국 7웅 중 하나였던
위나라 태생인 오자(吳子)-흔히 오기장군(吳起將軍)이라 불리는-의 저술이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가 그 생애에 관한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아 손자병법의 실제 저술여부에
논란이 있었던데 비하여 오기(吳起)의 삶은 사기 등의 역사책에 잘 기술되어 있는 편이다.
손무의 행적은 전국시대 오나라 왕 합려에게 병법서를 바치고 오나라 궁녀들을 지휘하여
병법시범을 보인 정도여서 후세에 전하는 손자병법서가 손무보다 후대에 등장하는
손빈의 저술이라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에 의하면 손무의 저술이 손자병법서이고
손빈은 손무의 후예로서 또 다른 병법서를 썼다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손무와는 달리 오기의 삶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셈이다.
오기는 어려서부터 야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만한 일은 고향을 등질 때
자신의 어머니께 출세(일국의 재상이 되겠다고 말함)를 맹세하고 고향을 떠났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살인을 저지르고 떠났다고 하는데,
어쨌든 어쩔 수 없이 타의에 의해 타향살이를 시작하는 형편이었음에도 어머니께 출세를 맹세할
정도였으면 야심이 큰 사람이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이 밖에도 오기가 야심이 큰 사람이었음을 증명해주는 여러 사건이 있다.
공자를 시조로 하는 유학의 나라인 노나라에서 오기는 잠시 유학자의 길을 걷는데 그의 성격상
유학을 배우기보다는 자신의 병법에 철학적인 바탕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유학 공부도 오래가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그 빌미는 오기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고향을 떠나면서 한 맹세를 지키고자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지 않아서였다.
당시 입장에서 효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었으므로 유학을 공부하는 자가 죽은 어머니의 상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으므로 오기는 유학의 스승인 증삼의 문하에서 쫓겨났다.
그 이후 오기는 노나라 조정에서 벼슬을 하게되는데 능력은 인정받았으나 아내를 희생시켜
출세한 사건이 문제가 되어 다시 위나라로 향하게 된다.
아내를 희생시켜 출세한 사건이란 노나라가 이웃인 제나라의 침략을 받았을 때
오기를 장군으로 임명하려 하였으나 오기의 아내가 침략국인 제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조정에서는 임명을 주저하고 있던 터에 오기는 스스로 아내의 목을 쳐 의심을 씻고
장군의 자리에 올라 제나라를 격파한 일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내를 희생시킬 정도로 비정하다는 평을 받는 사람을 크게 쓴다는 건
오늘날에도 보통 용기가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고, 그 당시 노나라엔 그런 용기를 가진 자도 없었다.
어찌되었든 노나라에서 버림받고 다시 위나라로 향한 오기는 당시 위왕이었던 위문후에게 중용된다.
위문후와의 만남은 사기의 기록에도 남아있으며, 오자병법의 전문을 이루는 유명한 일화이다.
위문후는 오기를 당시 군사적 요충지였던 서하지방을 맡겼고,
그 곳에서 오기는 위문후와 그의 아들 위무후에 이르기까지
2대 왕을 섬기며 외국과의 분쟁을 충실히 해결하였다.
부임 후 치른 전투의 횟수가 76회였으며, 그중 64회를 승리했고,
12회는 무승부였다는 기록은 위나라에 대한 오기의 공적이 매우 컸음을 말해준다.
대단한 야심가였던 오기는 중앙정계로의 진출을 원했다.
또한 위나라에서의 공적도 높았으므로
위나라의 재상자리가 빌 때마다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결국엔 그로 인해 위나라에서도 축출되는 계기가 되고 만다.
당시 위무후가 재상으로 임명한 공숙과의 마찰로 결국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망명하게 된다.
당시 초나라의 임금이었던 도왕은
오기를 재상으로 임명하여 혼란한 나라를 바로잡고 국력을 키우려 했다.
오기는 도왕의 이러한 의도를 알아차리고
구습을 타파하고 제도와 체제를 개혁하는 개혁정치를 구현했다.
하지만 개혁에는 반드시 피해를 보는 기득권 층이 있기 마련이듯이 오기의 개혁은 큰 성과를 올려
초나라를 강국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오기 자신은 초나라 내부에 커다란 반대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결국 도왕이 살아있는 동안은 튼튼한 배후가 있어 안전할 수 있었지만 도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생긴
권력 공백기에 오기는 자신이 초래한 반대세력들에게 비참하게 살해되고 만다.
오기(吳起)에 대한 기술이 많은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오기(吳起)에 대해 그리 좋은 평으로 기록하고 있질 않다.
'오기는 무후에게 말하기를 지형과 지세의 견고함이 군주의 덕만 못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오기가 초나라에서 행한 바는 각박하고 포악하고 은혜 베품이 적었다.
그리하여 결국 자신의 몸을 망치고 말았으니 아아 슬픈 일이로다.'
'오기는 성격이 차고 난폭하기 때문에 몸을 망친다'는 기술로 보아 사마천은
오기(吳起)를 그 능력에 비해 덕이 적은 인물로 평가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평가를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오기(吳起)의 성격을 유추해 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먼저 그는 실천적인 인물이었다.
위나라에서 지방 수비임무를 맡고 총 76회의 전투를 치루었다는 기록으로 보아서
전쟁이론을 실전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음에 틀림이 없다.
그의 병법서를 보면 '장수와 병졸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 같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등에 종기가 난 병사를 보고 그 종기의 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 치료하였다는 오기(吳起)에 관한
유명한 일화는 바로 자신의 말을 실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정치적인 권모술수에 능숙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행정적·군사적인 면에서는 매우 유능한 장군이었지만 정치적인 계산은 그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섬기는 나라를 두 번이나 바꾸고도 정적들에 의해 타살되었다.
특히 노나라에서 아내를 희생한 사건으로 두고두고 성격이 비정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어차피 오기 외에는 군권(軍權)을 맡길 인재가 없었음을 생각하면
노나라가 결국 그를 장군으로 임명하리라는 예측도 가능했을 것이다.
아내를 희생하고도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고 밀려났고, 위나라의 재상이었던 공숙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것 등은 오기(吳起)의 정치적 능력 부족 때문으로 판단된다.
결국 그가 목표로 생각했던 출세는 초나라 도왕의 밑에서 재상이 됨으로써 이루었고, 도왕이 원하는 개혁을
이루어냄으로써 성공의 길을 달리는 듯 하였으나 배후였던 도왕의 사망과 동시에 몰락하고 만다.
이런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아무래도 오기의 정치적인 능력은
자신이 발휘한 행정, 군사에서의 재능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하겠다.
오자병법은 문답식으로 서술되었다.
여기서 답하는 사람은 당연히 오기(吳起)이고, 대화의 상대는 전문(前文)은 위문후이며
다른 부분은 위문후의 아들 위무후이다.
전문(前文) 부분은 사마천의 사기에 나타난 기록을 후세에 다른 부분과 합쳐서 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자가 주로 활동한 위나라에 등장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으므로
보통 삭제없이 오자병법의 구성에 넣는다.
위와 같이 구성하면 총 7개 장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전문에는 병법에 관한 내용은 없고 위문후에게 발탁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실제적인 첫째 장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원칙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둘째 장에서는 적을 헤아리는 방법, 셋째 장에서는 군대를 다스리는 원칙,
넷째 장에서는 장수(將帥)에 대해서 논했으며, 다섯째 장에서는 원칙을 응용하여 대응하는 방법,
마지막 여섯째 장에서는 사기 고취법(鼓吹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무기가 급속도로 발달한 현 시점에서
과연 '옛날의 책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 하는 반신반의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우(奇遇)였음을 책을 읽은 즉시 느낄 수가 있었다.
좋은 병법서란 시대를 초월하는 뭔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략 전술이 아닌, 이기는 방법이 나타나 있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그 속에 가득히
담겨있는..., 한마디로 병법은 물론,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총서(叢書)라고해도 큰 부담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론 그래도 직업군인으로서, 더 나아가 군의 간부로서 20수년을 보냈고,
전역한 지금도 또다시 군인의 연장선에 종사하고 있는 내가 이제야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
다소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동양은 물론, 서양의 유명한 병법서를 찾아
관심있게 읽어보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된데 대해 나름대로의 위안을 찾는다.
이미 읽은 바 있는 손자병법과 통수강령, 전쟁론..., 그리고 또 다른 병법서들의 표지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하지만 이런 고전들은 금방 읽거나 한 번 읽고 덮어두기보다는..., 천천히 두고두고 읽음으로써
본인의 삶은 물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스스로의 인생에 뭔가 커다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런 마음에 군에 종사하는, 아니, 병법에 관심이 있고 삶을 지혜롭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병법서 읽기를 적극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