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을 읽고
「이효석」하면 금방 떠올려지는 게 있다.
온 들녘 가득히 핀 새하얀 메밀꽃들의 향연을 받으며 그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낭만,
우리는 바로 「이효석」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을 결코 잊어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나로서는 고교시절 한 때 정말 좋아했던 작가의 한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잊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효석」은 1907년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하여,
1928년「조선지광」에 단편 '도시와 유령'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33년 '이무영, 김기림, 정지용, 이태준, 조용만' 등과
순수한 문학을 지향한 「구인회」를 결성하였으나 곧 그만두었다.
대표작으로는 '돈', '가을의 서정', '수난', '메밀꽃 필 무렵', '분녀', '수탉'등이 있다.
'을손'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주 못마땅하다.
'좁고 거북한 둘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능금서리나 흡연같은 금단의 규칙을 어기는 행위로 발산된다.
하지만 '율칙을 어김'으로써 얻는 기쁨은 자기 혼자만의 공간에서나 가능한 것일 따름이며,
현실에서 주어지는 대가는 참담할 뿐이다.
학교에서는 무기정학을 받고 '복녀'와의 만남도 금지 당한다.
이같은 비참한 처지에 놓인 자신의 몰골을 쏙 빼닮은 것이 '수탉'이다.
'을손'은 그러한 '수탉'이기에 울분을 터트린다.
「이효석」의 작품에는 동물, 특히 가축이 많이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한 이야기의 소재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암탉'에게마저도 쫓기는 무기력한 '수탉'은 다리를 저는데다 찌그러진 눈에서 피까지 흘리는
참혹한 몰골을 하고 있다.
'수탉'을 향해 물건을 마구 집어 던지는 '을손'의 분노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이다.
현실에서 패배만을 거듭하는 한 인물의 자기 모멸감이 '수탉'이라는 대상을 향해 외형화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자기의 패배적 의식을 사회환경이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을 가끔씩 보곤한다.
그러나 인간은 조직생활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조직을 떠나 자기 혼자만으로는 결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세상 일이 아무리 힘들고 또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미루는 것은
패배자의 행동이며, 모든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패배의식을 스스로 이겨 나감으로써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작품을 통해 각종 스트레스가 난무하는 복잡한 세상에서도 이를 잘 극복하고
꿋꿋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의지력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