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病室)에서 / 청송 권규학
정년이란 불회(不回)의 강을 건넌 지금
백수탈출의 최대 적은 나이였다
이순으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나날이 빈둥빈둥,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인간 거름 제조기 신세로 전락했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줄만 알았다
아직도 청춘인 줄 착각하며 살았다
어느 순간 몸뚱이가 삐꺽거린다
온몸을 짓누르는 통증을 참지 못해
개 끌리듯 병원행, 병상에 누웠다
환의(患衣)를 걸치니 영락없는 병자(病者)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주삿바늘에 링거를 꽂고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문득 들여다본 거울에 비치는 모습
초췌하고 핼쑥한 중년인
나인 듯 나 아닌 나 같은 얼굴
불현듯 노화(老化)를 실감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병실을 오가는 발걸음을 보며
새삼스레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정녕 그렇다
백송이 장미보다는
병상을 지키는 한 사람의 친구가 향기롭다는.(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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