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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새해에는

 

 

새해에는(5) / 청송 권규학

 

 

아무리 궁궐처럼 넓은 집일지라도

누워 잠자는 자리는

한 평(坪)을 크게 넘지 못하고

 

좋은 논밭이 만석이 넘을지라도

하루 먹고 사는 것은

겨우 두 되를 넘지 못할지니

 

지난해 못다 이룬 꿈들

가슴에 담아 두고 아파하지 말고

귓전에 올려 두어 슬퍼하지도 말 일이다

 

비가 내리면

추녀 밑을 파고들어 피하면 그뿐

굳이 뛰쳐나가

앞서 내리는 비까지

미리 당겨 맞을 필요는 없는 일

 

한 발짝 앞서 가면

남보다 더 빨리 볼 수는 있겠지만

남들이 보는 것만큼

많은 것들을 다 보지는 못할 터

 

바쁘게 달려온 지난 세월

오를 때 보지 못한 꽃과 나무들

내려갈 때 하나둘 챙겨볼 일이로세.(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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