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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원두막

 

 

원두막 / 청송 권규학

 

 

뙤약볕 한소끔 들이마신 산 녘

낙암정* 지나 단호* 가는 길

산비탈 언덕길에

원두막 하나 외로이 섰다

 

때는 한밤

휘영청 달빛 아래

수박이랑 참외랑

배를 드러낸 채 허허로이 잠을 잔다

 

살금살금

높은 포복으로 접근한 후

낮은 포복으로 수박 한 덩이 딸 제

원두막 위, 전등불이 정조준된다

 

누구야, 웬 놈이야!

달빛을 가른 할배의 고함

걸음아 나 살려라

검정 고무신 한 짝 소풍 보내고 도망친다

 

친구들은 참외 몇 덩이

내 품엔 깨진 수박 한 덩이

호롱불 밑에 둘러앉아

옹기종기 시시덕거렸던 추억들

 

그립다, 내 유년의 추억

보고 싶다, 내 어릴 적 소꿉친구들

바야흐로 이순(耳順)이 코앞인데

원두막 추억, 다시 올 수 있을까.(150810)

 

* 낙암정 :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194호(1987.12.29 지정)

경북 안동시 남후면 풍산단호로 895소재, 낙암 배환 선생의 정자

 

* 단호 : 안동시 남후면의 마을 지명.

최초 풍산읍이었다가 1987년 1월 1일부로 남후면에 편입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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