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노래 / 청송 권규학
아프다
가을이 미련 없이 떠난다는 게
싫다 좋다 말 한마디 없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계절
이 가을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그저 시간만 때우며 이러고만 있을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모든 게 다 옳다는 듯 고개만 끄덕일까?
그래, 그렇게 하자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그 어떤 말도 듣지 말고
그 어떤 풍광도 보질 말자
보고도 안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차라리 바보인 양 머무르기만 하자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간다 온다 말도 없이 떠나가는 계절
그 가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지도.(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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