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철길을 걸으며(2) / 청송 권규학
알록달록, 코스모스 숲길에
녹슨 철로가 나란히 누워있다
숱한 시간과 꿈을 실어날랐던
지난 세월의 옥진 흔적들
육중한 열차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면
부식된 철길에 불과하겠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서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면
먼 세월의 연륜이 보일 것이고
현미경을 들이대면
가까운 시간의 삶이 올올이 드러난다
지금은 비록 숨죽인 채 누워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오갔으며
또 얼마만큼의 사연이 이 길에 녹아들었을까
문득, 고임목에 묻은 기름때처럼
철길에 새겨진 옛 이름을 불러본다
말이 없다, 대답도 반응도 없다
낡은 철로를 따라
살살이꽃, 살랑대는 교태춤 밖에는.(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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