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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비(雨), 비(雨)가 내리는 날엔

 

 

비(雨), 비(雨)가 내리는 날엔 / 청송 권규학

 

 

우울하다, 비가 오는 날엔

하지만 마음 한쪽

어딘지 모르게 센치한 이름의 새싹이 돋는다

 

그럴 때면 훌쩍- 집을 나선다

토닥토닥

포도(鋪道)*를 때리는 빗방울

거리는 비(雨)의 주검들로 아수라장이다

 

포도(鋪道)를 녹일 듯한 폭염(暴炎)

그 뜨거운 태양 볕은 어디로 갔는가

눈 깜짝할 새

떨어진 빗방울에 먼지들이 쓸려간

한여름의 포도(鋪道) 위엔

널브러진 잎싹들의 주검이 질펀하다

 

바짓가랑이를 타고 오르는 빗물 부스러기

귀찮다, 거추장스럽다

차라리 반바지를 입을 걸 그랬나 보다

하지만

왕관 모양으로 퍼져 흩어지는 빗물 포자들

아름답다, 황홀하다, 감성적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사선(斜線)의 춤사위가 어우러진 하늘 가로

빗물과 눈물이 뒤섞여 추억으로 흐른다

왜, 언제 흘렸을까, 눈물은 또…

 

비(雨)라는 녀석, 어찌 보면

빗방울 숫자만큼이나 불편을 주곤 하지만

가끔은 낭만이란 친구를 불러올 때도 있는.(130803)

 

* 포도(鋪道) : 돌, 시멘트, 아스팔트 따위를 깔아 단단하게 다져 꾸민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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