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낯선 길(路)에는(1) / 청송 권규학
길(路)은 멀고 험하다
늘
평탄한 신작로였다가도
가끔은
질퍽질퍽한 궂은 길로 변했다가
또 어떤 때는
울퉁불퉁, 굴곡진 험로(險路)로 다가선다
그럴 때마다
길은 길이 아니었다
길을 걷는 것도 내가 아니었다
내가 길의 등(背)에 업힌 채
한 발짝 두 발짝
힘든 여행을 지속하는 노예일 뿐이었다
길(路)은 가깝고도 멀었다
등짐으로 짊어진 그 길은
눈앞에 펼쳐진 내가 걷는 그 길은
어느 날 갑자기
아른아른, 보일 듯 말 듯 희미해져갔다
이제는 끝이다, 종착역이다
길이 끝나는 그 끝 지점엔
처음 보는 낯선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걸어도, 또 걸어도 끝이 없는 그길
발걸음이 멈춰 끝난, 바로 그 자리
그 길의 끝에는
하늘과 하늘이 맞닿아 있었다.(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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