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회(素懷)* / 청송 권규학
가을이 갔다
억새꽃 하얀 꽃술에
노을빛 물감이 묻어
억새는 주황색으로 변색되었다
주황색은 겨울 색깔인가
겨울은 억새의 하얀 꽃술에
한 켜 한 켜
묵은 그리움을 실어나른다
계절의 흐름을 가린 채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가을의 등줄기에 코를 맞대야 했을까
삭풍(朔風)이 불어오는 가장자리
겨울의 초입을 벗어나니
보이지 않던 고독이 나부끼고
한쪽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세월이
허둥지둥 삶의 곁으로 다가서는데.(130110)
* 소회(素懷) : 평소에 품고 있는 회포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