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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유월의 장미

 

 

유월의 장미 / 청송 권규학

 

 

온 세상이 붉은 물결

장미꽃 융단을 깔았다

차라리, 유월의 붉은 전쟁이라 이름 하자

 

기찻길 옆 철책 울타리

소담스런 전원주택 담벼락에

소녀의 초경으로 진을 친 장미꽃

반세기 전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조국을 떠올린다

 

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사그라진

학도의용군*들의 넋

알알이 장미꽃잎에 박혀있나니

하늘과 땅을 가르는 꽃잎이여

소리 없는 흔들림으로 바람을 타거라

 

죽어서도 죽을 수 없는 영혼들

천 년의 수호신으로 살아남아

여기, 유월 하늘에 장미꽃으로 피었나니

 

핏빛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장미야, 선열의 붉은 넋이여!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리다, 마음이

뜨거워진다, 가슴 구석구석까지.(120609)

 

* 풍전등화(風前燈火) : 바람 앞의 등불

* 학도의용군 : 학생 신분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한 사람. 일명 '학도병'이라고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