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쪽빛 바다 어드메쯤 / 청송 권규학
그곳엔
하얀 파도가 일렁일 것이다
마치
낡은 달구지가 신작로를 구르듯
물결조차 찌그덕찌그덕
낮은 해안을 기어오를 것이다
그곳, 바닷가 언덕에는
연분홍 빛깔, 하얀 쑥부쟁이도 피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밟히고 채이고 두드림을 당해서
차마
제 모습조차 잊어버렸을지도 모를
가을, 쪽빛 바다 어드메쯤
물빛 추억 하나쯤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바닷바람이 건닷 불어
놀고 있던 물결을 일깨우고
사랑의 약속으로 갈무리된
조약돌 하나, 몽돌 하나까지도,(1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