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이모저모

청도 8경 중 제5경, 유등연지의 봄

靑松 권규학 2025. 6. 5. 10:36

<유등지 군자정>

 

[지역 명소]

청도 8경 중 제5경, 유등연지의 봄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언제 오려나 -

 

우수(雨水)ㆍ경칩(驚蟄) 지나고 입하(立夏)가 한 달 앞으로 다가 선 날.

계절의 봄은 이미 지나갔지만 아직까지 느끼지 못한 삶의 봄,

그 지루한 봄을 기다리다가 지친 탓인지 몸과 마음에 중병이 들었다.

5ㆍ6번 목디스크 진단을 받아 극심한 통증을 겪은 게 바로 그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목과 어깨 부분이 뻐근하고 간간이 통증(痛症)을 느껴왔건만,

동네의 작은 정형외과와 통증의학과, 한의원을 전전하며 미련스럽게 버텨오다가

끝내는 인접한 도시의 종합병원과 어깨통증전문병원을 두루 거친 끝에

급기야 한ㆍ양방 종합병원으로 장기간 입원하게 된 것이다.

'한국 사람은 병원엘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병징(病徵)이 나타나면 일찌감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금세 완치될 수 있는 병(病)인데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세(病勢)를 키운다는 것이다.

나 역시 바로 그 꼴(?)을 당해 3주~2개월이라는 입원기간과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었다.

<유등지 전경>

병원으로 가는 길목청도 제5경 '유호연화유등연지'에는

아직까지도 봄은 오지 않고 봄인 듯 봄이 아닌 추운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물오름달 3월'을 깔고 앉은 채

올 듯 말 듯 잔망을 피우는 봄을 마중하려고 매년 어김없이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빼어난 풍광과 함께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를 모두 갖춘 유등연지엔

봄은 꼬리를 숨긴 채 보이지 않았고, 아직까지 꽃샘추위가 은근히 감돌았다.

 

<고성 이씨 세거비>
<유등연지 시비>
<표지석>
<겨울 철새>

 

작년에 들렀을 때와 변함없이 앙상한 연(蓮) 줄기 사이,

떠나는 겨울을 배웅하는 철새들,

군자정 및 고성 이씨 비석과 시비(詩碑)가 떠남을 망설이는 겨울을 향해 손사래를 치지만,

아무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곤 해도 계절은 이미 '잎새달 4월'의 초순…!

유등연지의 물빛 윤슬에 기어이 봄은 오고야 말았다.

<수양버들>
<의마총>

 

부동자세로 선 주변의 수양버들과 겨울나무들에는 어느새

파릇파릇 봄의 전령들이 앞다투어 자릴 잡고 재잘재잘 조잘조잘…,

연둣빛 병아리 부리로 서로 간 들릴 듯 말 듯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유등연지 길 건너편 길섶…, 잘 정돈된 의마총 소나무 숲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둘레길 입구>
<다원 공방>
<공방, 마늘밭 매는 농부>

 

세월이 아무리 빠르게 흐른다고 해도, 세상풍파가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어찌 세상만물의 삶과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가 있을까.

봄이 오면 유등연못에는 어김없이 연잎으로 넘쳐날 테고,

한 해의 허리가 꺾일 때쯤이면 어김없이 연꽃을 채울 것이고,

상인들은 또 찾아드는 관광객과 고객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봄이 가고 여름 오고 가을빛 깊어질 때면

유등지엔 어김없이 아름다운 연꽃이 꽃을 피울 것이다.

지금은 비록 봄이 오는 길목이지만 그 멋들어진 연꽃이 필 날을 기대하며,

병든 몸을 치유코저 가는 길섶에서 상춘(賞春)을 논한다.

더 멋진 '유호연화유등연지'의 내일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