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8경 중 제5경, 유등연지의 봄
[지역 명소]
청도 8경 중 제5경, 유등연지의 봄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언제 오려나 -
우수(雨水)ㆍ경칩(驚蟄) 지나고 입하(立夏)가 한 달 앞으로 다가 선 날.
계절의 봄은 이미 지나갔지만 아직까지 느끼지 못한 삶의 봄,
그 지루한 봄을 기다리다가 지친 탓인지 몸과 마음에 중병이 들었다.
5ㆍ6번 목디스크 진단을 받아 극심한 통증을 겪은 게 바로 그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목과 어깨 부분이 뻐근하고 간간이 통증(痛症)을 느껴왔건만,
동네의 작은 정형외과와 통증의학과, 한의원을 전전하며 미련스럽게 버텨오다가
끝내는 인접한 도시의 종합병원과 어깨통증전문병원을 두루 거친 끝에
급기야 한ㆍ양방 종합병원으로 장기간 입원하게 된 것이다.
'한국 사람은 병원엘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병징(病徵)이 나타나면 일찌감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금세 완치될 수 있는 병(病)인데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세(病勢)를 키운다는 것이다.
나 역시 바로 그 꼴(?)을 당해 3주~2개월이라는 입원기간과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었다.
병원으로 가는 길목…, 청도 제5경 '유호연화ㆍ유등연지'에는
아직까지도 봄은 오지 않고 봄인 듯 봄이 아닌 추운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물오름달 3월'을 깔고 앉은 채
올 듯 말 듯 잔망을 피우는 봄을 마중하려고 매년 어김없이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빼어난 풍광과 함께 먹거리ㆍ볼거리ㆍ즐길거리를 모두 갖춘 유등연지엔
봄은 꼬리를 숨긴 채 보이지 않았고, 아직까지 꽃샘추위가 은근히 감돌았다.
작년에 들렀을 때와 변함없이 앙상한 연(蓮) 줄기 사이,
떠나는 겨울을 배웅하는 철새들,
군자정 및 고성 이씨 비석과 시비(詩碑)가 떠남을 망설이는 겨울을 향해 손사래를 치지만,
아무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곤 해도 계절은 이미 '잎새달 4월'의 초순…!
유등연지의 물빛 윤슬에 기어이 봄은 오고야 말았다.
부동자세로 선 주변의 수양버들과 겨울나무들에는 어느새
파릇파릇 봄의 전령들이 앞다투어 자릴 잡고 재잘재잘 조잘조잘…,
연둣빛 병아리 부리로 서로 간 들릴 듯 말 듯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유등연지 길 건너편 길섶…, 잘 정돈된 의마총 소나무 숲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세월이 아무리 빠르게 흐른다고 해도, 세상풍파가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어찌 세상만물의 삶과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가 있을까.
봄이 오면 유등연못에는 어김없이 연잎으로 넘쳐날 테고,
한 해의 허리가 꺾일 때쯤이면 어김없이 연꽃을 채울 것이고,
상인들은 또 찾아드는 관광객과 고객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봄이 가고 여름 오고 가을빛 깊어질 때면
유등지엔 어김없이 아름다운 연꽃이 꽃을 피울 것이다.
지금은 비록 봄이 오는 길목이지만 그 멋들어진 연꽃이 필 날을 기대하며,
병든 몸을 치유코저 가는 길섶에서 상춘(賞春)을 논한다.
더 멋진 '유호연화ㆍ유등연지'의 내일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