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오늘은 슬픈 날

靑松 권규학 2024. 7. 2. 13:07

 

 

 

오늘은 슬픈 날 / 청송 권규학

 

 

밤이 깊어 자리에 누웠다

고래잠이든, 새우잠이든

울적한 마음에 늦은 잠을 청하지만

시나브로* 밀려드는 온갖 잡념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사랑하다가 미움이 생기면

애오라지*, 마음속 밴댕이 장난질

나는 너의, 너는 나의 무엇이었던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자던 가시버시* 약속

행여, 뜨개부부*에 지나진 않았는지

비 내리는 새벽녘

이리저리 뒤척이다

그루잠*에 빠진 슬픈 오늘.(230702)

 

* 시나브로 : '조금씩, 차츰차츰'의 순우리말

* 애오라지 : '넉넉하지 못함'의 순우리말

* 가시버시 : '부부'의 순우리말

* 뜨개부부 : 결혼하지 않고 우연히 만나 어울려 사는 남녀

* 그루잠 :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