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실연(失戀)

靑松 권규학 2022. 12. 27. 17:17

 

 

실연(失戀) / 청송 권규학

 

 

굳이 사랑해 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그것이 행복인 줄만 알았다

그게 세상의 모든 것인 줄…,

 

늘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탈길에서

굳이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에서

굳이 아는 척해주지 않아도

마냥 행복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저

사랑하는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싫어

스스로 떨어지길 바란다고 해도

어쩌다 한 번

시험 삼아하는 이별연습이라고 해도

서로의 마음에

또 다른 인연을 심었다고 한들 어쩌랴

 

언제인지도 모르게 사랑을 잃었다

나의 사랑도 나를 잃은 게 분명하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잃고 마음 아파하듯이

나보다 더 아파하며 가슴을 치고 있을지도…,

 

언제부턴가 멀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조금씩 멀어지긴 했으나

이별이란 느낌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아직은 모든 걸 잃은 게 아니지만

지금에야 완전히 잃은 듯하다

삶에 의욕이 떨어지고

세상이 온통 새까맣게 보이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