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숲길에 드러누운 낙엽을 보노라면
靑松 권규학
2022. 12. 10. 19:23
숲길에 드러누운 낙엽을 보노라면 / 청송 권규학
숲길에 널려 있는 알록달록 단풍잎들
너 먼저, 나 먼저
떨어진 그 위로 이불을 덮고
섣달 찬 이슬을 몸으로 맞는
차라리 그대들은 나보다 행복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이 걸쳐주는 사계절의 옷을 입고
햇살이 비치면 온몸으로 다가서고
바람이 불면 향기로 부서지며
눈이 내리면 그저 눈이 되고
비가 오면 마냥 비로 만족하는
그대들은 차라리 나보다 행복하다
세상사, 성공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파산이나 도산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그렇게
물처럼, 구름처럼 흐르면 그뿐
숲길에 드러누운 낙엽을 보노라면
차라리
한 떨기 낙엽으로 뒹굴고 싶다
그래서
숲 속의 빈터를 지키고 싶은.(2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