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가을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靑松 권규학 2022. 11. 24. 11:01

 

 

가을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 청송 권규학

 

 

바다는 가끔

비 내리는 날을 골라

너무도 외로워 외로움마저 놓쳐버린

날개 꺾인 사람들을 부르곤 하지

 

사랑을 놓쳐버린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가야 할 길을 잊어버린

뭘 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을

 

초대받은 사람들은

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함께 울어 줄 바위를 고르고

바위는 덩달아 파도를 부르지

 

철썩철썩, 우르르 쾅쾅

제 살을 찢으며

크게 작게 높게 낮게

목놓아 우는 파도여

 

파도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울부짖고

바위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맞장구를 치지만

무슨 연유로 여기에 왔는지

홀로 걷는 걸음이 왜 여기 서 있는지

 

망연자실 바다만 바라보는

초대받지 못한 나

검푸른 바다 한가운데로

흐린 초점의 시선만 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