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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아무데서나 피지 않습니다

靑松 권규학 2022. 11. 3. 11:02

 

 

꽃은 아무데서나 피지 않습니다 / 청송 권규학

 

 

너와 나, 우리가 사는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세상

누구나 저절로 행복해지는 건 아닙니다

준비된 사람에게 행운이 찾아오

기적도 간절히 바라는 이에게 다가서 듯이

마음먹은 만큼 이루어지는 게 세상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지금 가진 것에서

너 하나만 보태지면 큰 행복이지만

네가 사는 세상은

나를 포함한 무엇을 더 준다고 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할 그런 곳

 

자갈밭 비탈길, 가시밭 돌 틈 사이에서도

필 꽃이라면 반드시 필 것이요

피지 않을 꽃이라면

잘 가꾸어진 화단, 기름진 옥토라도

아무리 바라봐도 헛수고일 터

굳이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꽃은 아무데서나 피지 않을 뿐

늦게 피는 꽃은 있을 수 있으나

피지 않는, 피지 못할 꽃은 없습니다

꽃이 피기를 하염없이 기대하기보다는

피지 않을 꽃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그저 너와 함께 순간에 머물고 싶은.(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