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아버지란 이름 앞에서

靑松 권규학 2022. 10. 7. 11:43

 


아버지란 이름 앞에서 / 청송 권규학

 


그랬습니다, 내 아버지는

언제나 무심(無心)했고

늘 무뚝뚝한 사람이었습니다

웃으며 해도 될 말인데도

음성을 높여 근엄을 가장했습니다

그래야만 내 아버지였습니다

 

울어야 할 때도

눈물일랑 보이질 않았습니다

아버지란 이름엔 눈물이란 없었습니다

얼핏

엷은 미소로 스쳐 보낸 무심(無心)

내 아버지의 권위적인 사랑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또 누군가의 남편이기도 한 이름

내 아버지 떠나신 지 반백년

당신의 아들이 당신을 닮아갑니다

서슬 퍼런 표정에 무심(無心)함까지

 

나는 달라지고자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기보다는

다정한 친구이고 싶고

아내와 남편이기보다는

따로 또 함께하는 이름

먼 듯 가까운 동행이고 싶은.(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