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꽃의 이름으로 사소서

靑松 권규학 2022. 5. 27. 13:58

 

 

꽃의 이름으로 사소서 / 청송 권규학

 

 

당신은 꽃입니다

사시사철 단심(丹心)으로 피는 꽃

꽃은

꽃의 이름으로만 세상을 봅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풍의 이름으로

낙엽의 이름으로

언젠가 질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가까이 이르지 않고서는

진정 삶을 안다고 할 수 없듯이

흐드러지게 필 때보다는 질 때의 모습

그때에서야 꽃의 진면목을 볼 수 있습니다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면

누구도 아름답다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의 풍경으로만 존재하는

조화(造花)와 다름없을 뿐이라는.(22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