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봄비(10)
靑松 권규학
2022. 3. 20. 11:54
봄비(10) / 청송 권규학
아침이 흔들렸다
삭풍(朔風)에 움츠린 풀꽃들
3월…, 가루비*를 타고
산과 들녘 곳곳에 봄을 배달했다
전원(田園) 뜨락엔
진초록 수선화가 세수를 하고
초롱꽃도 꿩의비름도 방풍나물도
저마다 봄의 전령임을 자처하는
집콕에 방콕에
아무리 코로나가 발목을 잡아도
다가서는 봄 앞에선 반항아일 뿐
그저 뒷짐에 감염균을 숨긴 채
봄의 길목으로 상춘행(賞春行)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순 없는 일
잡은 권세 떨어지기 전에
젊음이 늙어 시들기 전에
한 발짝 그들 곁으로 가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려니
봄다운 봄을 오래도록 잊고 지낸 탓일까
감염병에 잠식 당한 세월이 너무 길었음일까
유난히 오는 봄이 기다려지는 오늘
화양연화(花樣年華)*…, 이 아름답고 좋은 날
너와 함께 한 세상 살고지고.(220319)
* 가루비 : '가루처럼 가늘고 부스러지듯이 내리는 비'의 순우리말.
* 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란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