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해 뜰 날
靑松 권규학
2022. 1. 3. 17:30
해 뜰 날 / 청송 권규학
바다가 물의 왕이 되는 것은
늘 가장 낮은 곳에 머물면서
빗물이든 계곡물이든 강물이든
어느 것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다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마음을 알기나 했을까요
늘 멋진 것만을 원하고
늘 나은 것을 갈구하며
늘 좋은 자리만 바라며
윗자리에 앉기만을 고집했습니다
내세울 게 없습니다
가진 것도 없습니다
명분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사람인 양 거짓된 삶을 살았습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명분이 있으면
초가삼간의 세력일지라도 천년을 가고
명분이 없으면
대제국일지라도 하루아침에 무너집니다
깜깜한 밤이라도 새벽은 오고
지루한 장마라도 끝이 있는 법
험하고 고달픈 게 세상살이라지만
힘들고 괴로운 오늘을 견디면
언젠가는 쨍하고 해 뜰 날 찾아오리니.(2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