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들풀로 사는 법

靑松 권규학 2021. 10. 22. 08:18

 

 

들풀로 사는 법 / 청송 권규학

 

 

겉을 보고

세상을 판단해선 안 되듯이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아무리 큰 나무라고 할지라도

세찬 바람을 이기지 못하지만

아무리 연약한 풀일지라도

거센 폭풍을 거뜬히 이기나니

 

들풀은 바람에 맞서지 않는다
그저 자세를 낮춘 채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람의 방향으로 일렁일 뿐

 

마냥 허리를 구부린 채

스치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고

구부린 등을 펴려 애쓰지도 않고

그냥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두렵지 않은 게 아니다

두렵지만 그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오히려 어리석음의 다른 이름이기에
.(2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