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지난 삶을 추억한다는 건

靑松 권규학 2021. 8. 26. 04:36

 

 

지난 삶을 추억한다는 건 / 청송 권규학

 

 

아름다운 일입니다

지난 삶을 추억한다는 건

 

풀 한 포기 작은 꽃 한 송이

부는 바람, 흐르는 물소리마저도 아름답습니다

여린 감성으로 담아냈던 존재들

얼마의 세월이 흘러

조금은 성숙된 감정으로

지난날을 다시 반추할 수 있음이 좋습니다

 

흥미로운 일입니다

지난 삶을 떠올린다는 건

 

80년대의 서울의 봄이 그렇고

2천 년대, 촛불의 열기가 그렇고

요즈음 코로나의 창궐 역시 그렇습니다

제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거나

그것을 비춰 더 넓은 곳을 밝히는 거울이거나

빛을 퍼뜨린다는 것에는 다를 바가 없기에

 

재미있는 일입니다

지난 삶을 반추한다는 건

 

세상은 영웅적인 촛불만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촛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바람막이도
빛을 반사해서 더 넓은 곳을 밝히는 
거울도

반사된 빛을 에너지로 만드는 흡수판도 필요합니다
세상을 밝히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맞는 역할이 반드시 존재한다는.(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