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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제왕님이여!

靑松 권규학 2021. 8. 17. 09:34

 

 

이 시대의 제왕님이여! / 청송 권규학

 

 

꽃은

피어있다는 것만으로도

곤충과 벌 나비를 부르듯이

살아있는 권력의 주변엔

타락(墮落)의 기운이 몰려듭니다

 

개펄의 게도

자기 몸뚱이에 맞는 구멍을 파거늘

자칫 제 분수도 모르고

턱 없이 야심만 키우는 무리들

권력을 안겨준 존재마저 무시한 채

주변의 패거리들에게 열매를 내어준다거나

섬겨야 할 대상을 핍박해서는 아니 됩니다

 

아무리 하늘이 내린 제왕의 존재일지라도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지 않으면

보필의 명분이나 지분을 가진 벌떼들과 함께

권력이란 달콤한 꽃물을 나누려고 할 터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다시 또 조심하지 않으면

리더의 탈을 뒤집어쓴 독재자가 되리니

권력의 단맛에 빠져드는 순간

정의도, 진리도,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을 것이요

결국엔 벌 나비 떼의 병풍에 둘러 싸인 채

달콤한 과일이 아닌, 독이 든 사과를 먹고

배신이란 이름의 갑주를 입게 될지니

 

세금을 감하시옵고

인재를 가려서 쓰시고

법의 가치를 중히 여기시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인정하시옵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한 외교를 펼치시고

감성이 아닌, 이성을 중시한 정책을 추진하고

스스로 일신(日新)함에 무엇보다도 우선하소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방심하지 마소서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가깝고

동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

자칫

촛불의 힘에 편승하여 손쉽게 얻은 자리

가장 빠르게 타락(墮落)한 제왕이 될 수도 있으리니

차라리 실수한 리더로 남기보다는

실패한 리더가 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2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