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모다깃비

靑松 권규학 2021. 8. 2. 08:38

 

 

모다깃비 / 청송 권규학

 

 

모두가 잠든 밤, 남몰래 다녀간 비

도둑비라고 탓해서 그랬는가

동서남북(東西南北) 사방팔방(四方八方)

요란 뻑적지근하게도 몰아쳐 내린 비

그저 미친 듯이 쏟아진 폭우였다

 

한쪽엔 햇볕이 쨍쨍하고

바람 한 점 없이 평온하기만 하더니

어디에 머물다가 휘몰아쳤는가

예기치 못한 여름 소나기

한마디로 모다깃비*라고 이름하리

 

모든 게 미친 채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하늘인들 미치지 않고서 어찌 견딜까

어쩌면, 세상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의 끝남은 끝남이 없는 끝남이요

또 하나의 끝남은 끝이 아닌 시작일지도.(210802)

 

* 모다비 : '뭇매를 치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란 뜻의 순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