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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靑松 권규학 2021. 6. 29. 21:56

 

 

사랑의 조건 / 청송 권규학

 

 

연애는 여자가 시작한다지만

결혼은 남자가 서둘러야 한다며

뭔지도 모르면서 쌓아 올린 사랑탑

삶인지 소꿉놀이인지 구별도 못한 채

알콩달콩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

 

내 잘났다 니 잘났다

아웅다웅 다툼이라도 있었다면

미운 정이라도 듬뿍 들었으련만

나 몰라라 떨어진 이산(離散)의 나날

어찌 사랑을 들춰낼 수 있으리

 

사랑…, 사랑이란 이 어쭙잖은 존재

처음엔 안 보면 죽을 듯 오매불망해도

나 편하자고 돌아서면 한순간일 뿐

지나고 보니

모든 게 다 그렇고 그런 것들

 

사랑이란 건 조건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라지만

마음만으론 행복해질 수가 없는 현실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그만큼 행복의 크기도 커진다는

 

아직은 접지 못할 인생이란 먼길

빨리 가려면 혼자 여행을 떠나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삶

그저 마음 안에 묶어 두고 눈치만 살필 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들어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더 적은 지금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남기고 싶은 한마디

나는 강가의 버드나무 고목으로 머물 터이니
그대는 도도한 물길로 자유롭게 흐르소서.(21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