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죽어야 사는 남자
靑松 권규학
2021. 6. 18. 11:52
죽어야 사는 남자 / 청송 권규학
살아있습니다
눈을 뜨면 커튼을 올리고
해가 지면 다시 커튼을 내리는
허구한 날 빈둥빈둥
이차원의 일회성 삶을 살아가는…,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닙니다
쌓은 공덕 덕에 공짜밥 먹으며
감사하며 사는 것도 하루 이틀
제 노력의 결과라 해도 의미가 없는
내 편은 없고 남의 편뿐인 세상입니다
일터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움직이면 길바닥에 돈만 깔고
만남의 자리에선 눈치만 보고
땅을 파려 해도 팔 땅이 없고
하고 싶어도 할 게 없는 나이입니다
차라리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의식주와 생활비 절약되고
통장 계좌의 잔고도 쌓일 것이고
네 편 내 편 따질 필요도 없이
그저 웃을 일만 많아질 지니…,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못한 생명
보잘것없는 삶의 명예
쥐꼬리만 한 육신의 재물
애오라지 한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죽어야만 비로소 살아난다 할.(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