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기분 좋은 날

靑松 권규학 2021. 5. 7. 14:05

<밀양 위양지>

 

 

기분 좋은 날/청송 권규학

 

 

기분 좋은 날이다

선선한 바람이 창을 지나

문턱 너머 내 이마를 훔치고

햇살은 방으로 들어와  손등을 간질인다

 

창밖, 티 없이 맑은 하늘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

어쩌면 살짝 빗나간 듯

어디론가 마실이라도 떠나고 싶은

 

뜨락엔 영산홍이 한창이고

이에 질세라

긴 겨울을 견뎌 저 홀로 싹튼

겨울초 노란 꽃도 시샘 경쟁이다

 

고추와 오이도 쑥쑥 키를 키우고

게으름 피우던 포도나무도

울그락불그락

괭이손 싹눈을 눈두덩에 얹는다

 

온다던 비가 오지 않더니

뒤따른다던 황사도 없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좋으니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그런 날.(2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