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슬픈 사랑

靑松 권규학 2021. 5. 4. 14:55

 

 

슬픈 사랑(4) / 청송 권규학

 

 

누구나 사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듯이

누구나 이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이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랑하였다면

사랑 앞에서 이별을 말해선 안 될 일이며

사랑을 더럽히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함부로 이별을 입에 담지 말아야 합니다

 

내 눈이 처음 본 풍경은

내 코가 처음 맡은 냄새는

내 귀가 처음 들은 소리는

오롯이 지극한 희생과 포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심한 세월의 더께 속에서

너보다는 나를, 남보다는 자신을 택했습니다

정녕 알지 못했습니다

함께이기에 아름답고 강하다는 것을…

 

내 사랑이 그댈 향한 충성이었다면

그댄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이었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 말하지 않으렵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랑을 갉아먹는

그런 슬픈 사랑일랑은.(2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