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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罪人)

靑松 권규학 2021. 4. 11. 14:43

 

 

죄인(罪人) / 청송 권규학

 

 

1.

간섭 없는 삶을 바랐지만

생존엔 크고 작은 장애가 따르고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싶었지만

살아서는 이름나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노력 없이 성과를 바랄 순 없겠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산다는 게 사는 게 아닌

죽음보다 못한 처절한 고통입니다

 

음식이 아닌 사료(飼料)를 씹으며

죽지 못해 사는 애잔한 인생

사는 게 아니라 사육되는 듯

차라리 지옥(地獄)인지도 모를….

 

도대체 무엇이 죄일까요

정녕 어렵고도 복잡합니다

어쩌면, 세상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잘못 사는 죄인일지도.(200426)

 

2.

늘 '고맙다'고 말합니다

예쁜 옷을 사 줘서

맛있는 음식을 줘서

나를 돌봐줘서

내 삶을 지켜줘서

자식은 부모님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늘 '미안하다'고 합니다

배불리 먹이지 못해서

좋은 옷 입히지 못해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부모는 늘 죄인으로 삽니다

 

자식들은 알기나 할까요

아홉을 내어주고도

더 채워주지 못한 하나

그 하나에 마음 아파하며

늘 죄스럽게 사는 부모의 마음

'미안하다'는 말속에 담긴 의미를.(2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