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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아 나서자(2.5)

靑松 권규학 2021. 3. 13. 00:37
    
      봄을 찾아 나서자/청송 권규학
    
    
    공기 좋고 물 맑은 곳, 전원생활하기에 좋은 고장이란 평판을 받는 청도(淸道)!
    소문대로 청도는 수려한 산세를 갖춘 산동(山東) 지역과 적당히 터진 들판을 갖춘
    산서(山西) 지역으로 나뉘어 있고, 그 가운데 지점에 청도읍과 군청이 자리 잡고 있다.
    청도군청이 청도읍이 아닌 화양읍 소재지에 자리하고 있음이 조금은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건 청도군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산동지역은 운문산으로 대표되는 크고 작은 산들이 즐비하며, 
    식수전용 시설인 운문댐이 위치하여 청도군을 비롯한 인접지역에 식수원을 제공하고 있고, 
    산서지역은 청도천과 동창천을 비롯한 크고 작은 개천이 맑은 물을 담수하고 있
    친환경 농업에 최적의 농업용수를 제공한다.
    또한 대구와 부산, 울산과 창녕을 잇는 잘 발달된 도로는
    교통의 요지 청도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청도에 귀촌(歸村)하여 짐을 푼 지 세 번째의 겨울을 맞는 지금, 
    귀촌(歸村) 3년의 기간 중 가장 혹독한 시련의 시기가 2019년 말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년 남짓한 기간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 19로 시작된 세계적인 위기 앞에서 청도군 역시 엄청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신천지’로 대표되는 코로나 발병지역이란 이유로 같은 나라, 같은 땅이면서도 
    마음대로 이동할 수도 없었고, 타 지역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군수님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과 군민들의 일치단결된 노력으로 
    처음의 불안했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청정지역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있음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문득 일본인 작가 ‘다지마 신지’가 쓴 ‘눈 오는 산’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이 책은 동물, 즉 원숭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각종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깊은 산속, 인간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원숭이 산에…, 그 해는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계속되는 폭설로 인해 원숭이들은 식량을 구할 수가 없었고, 
    가을까지 모아 두었던 식량들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장 원숭이는 몰래 마을로 내려가서 인간들의 식량이라도 훔쳐오려고 하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설과 지난해의 흉작으로 인간들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현상을 목격한 대장 원숭이는 원숭이 산의 위협을 느낀다.   
    왜냐하면 계속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인간들이 곧 원숭이 사냥을 하기 위해 
    원숭이 산을 침략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장 원숭이는 산에 올라 혼자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뾰족한 방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원숭이 산에서는 반란이 일어난다.   
    노인들의 식량 배식을 줄이고 강한 놈만 식량을 주어 원숭이 산의 종족번식과 
    강한 놈들만 살아남자는 식의 논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왔던 윤리를 지키자는 보수파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 양보가 없는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꼬마가 '봄이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봄을 찾아 나서자'는 실로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을 했다.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봄을 찾아 나선 원숭이들은 결국엔 봄을 찾게 되고, 
    원하던 식량을 구하게 된다.』
    비록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전개한 소설이지만 그것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우리들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에 봄을 찾아 나서지 않았더라면 아마 늙은 원숭이들, 아니면 젊고 강한 원숭이들 중에 
    어느 한쪽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재치를 느낄 수 있었다.  
    '봄을 찾아 나선다'는 적극적인 사고와 어린이의 말일지라도 
    심사숙고해서 받아들인 대장 원숭이의 결단력이 돋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몰아닥친 대량 실업사태와 뒤죽박죽으로 섞여버린 정치판…,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사회 현실 속에서 암울하게만 보이는 미래를 향해 
    지푸라기라도 잡을 양으로 악착같이 살고픈…, 
    그러나 마땅히 비빌 언덕이 없어 헤매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 책 ‘눈 오는 산’은 작으나마 참된 스승이 되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오늘날 지구촌(地球村) 어느 나라도 코로나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없다.
    과연 코로나 시대의 우리나라, 아니 청도군의 현실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가 임기의 반을 훌쩍 넘겼고 또 군수님이 업무를 시작한 기간도 
    후반기를 향해 줄달음질 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나라살림을 챙기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군정을 살피지도 못한 채 허둥지둥 코로나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꼴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세상에 존재하려면 경쟁해야 한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세상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낙오되기 십상이다.   
    청년실업의 거대한 폭풍으로 힘들어하는 20대의 젊은이들은 살아서 숨 쉬고 있고, 
    또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축복으로 알고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도약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인생의 멋을 창조할 30∼40대 이상의 중년들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른 시기임을 알고 인생의 후반기를 새롭게 가꾸어 갈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인생의 참 맛을 느낄 줄 아는 50대 이상의 성숙한 중장년들 역시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함께 동참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 우리 청도군이 있고, 청도군민들이 있고, 청도군 공무원이 있었으면 한다.
    대통령과 도지사는 멀리 있는 친척일 뿐이지만 가까이 있는 이웃인 우리 군수님은 어떤 분일까?
    ‘눈 오는 산’의 대장 원숭이처럼 군민들의 뜻을 받들어 제대로 된 군정을 펼치는 분이실까?
    그런 분이길 바란다.   그런 분일 거라고 믿는다.   아니, 반드시 그런 분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 청도(淸道)가 살기 좋은 고장 1위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2021. 2. 5  청도일보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