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수심강정(水深江靜)2
靑松 권규학
2020. 12. 19. 15:25
수심강정(水深江靜)2 / 청송 권규학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깊은 물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얕은 물
사람들은 어느 곳을 좋아할까요
깊이를 알 수 없는 흙탕물엔
누구도 쉽게 발을 들여놓지 않지만
아무리 깊은 물이라고 할지라도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엔
서슴없이 몸을 던져 수영을 즐깁니다
사람의 속내도 다르지 않습니다
속내를 감춘 사람에겐 다가서길 꺼리지만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사람에겐
경계를 풀고 쉽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행여 너무 쉽게 속내를 드러내면
가벼운 사람이라 책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속내를 감춘 음흉한 사람보다는
마음을 건네기가 더없이 편합니다
물은 깊을수록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깊을수록 속내를 감추려는 게 아니라
깊은 만큼 절제하는 사려 깊은 마음
상선약수 요산요수*의 가르침입니다.(201219)
* 수심강정(水深江靜)
'얕은 물은 소리나게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없이 흐른다'는 뜻
*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
노자 사상에서 '물을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김
* 요산요수(樂山樂水) : 산수(山水)의 자연을 즐기고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