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까치밥(4)
靑松 권규학
2020. 12. 6. 19:37
까치밥(4) / 청송 권규학
전원(田園) 뜨락의 감나무에
조홍 감이 조등으로 걸렸습니다
잎새들 모두 떨어낸 자리
파리한 나뭇가지 사이로
하현(下弦)의 반달이 숨바꼭질을 하는데
대롱대롱 감나무 꼭대기에 걸린 감에
내 어머니의 얼굴이 해맑습니다
감 조리개로 감을 수확하시던 어머니
'아이야! 감은 한 두 개쯤 남겨두는 것이란다
그래야 겨울철 까치도 배를 채우지'
생전의 내 어머니 목소리가 쟁쟁합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아닌 내가 감을 땁니다
주황빛 감을 따서 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모락모락 어머니의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새록새록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아냅니다
어느 순간, 감이 아닌 어머니를 땁니다
꼭대기에 남긴 서너 개의 감에서
내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찾아냅니다.(2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