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권규학 2020. 11. 13. 16:29

 

 

달팽이 / 청송 권규학

 

 

얇은 껍질을 등짐으로 짊어지고

꼬물꼬물 촉수를 움직이는 생명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도 알지 못한 채

어제도 오늘도

종일토록 기고 또 기어오른다

 

도무지 알지 못할 그 길을

온종일 걷고 또 걸어도

채 한 뼘 남짓한 거리일 뿐이지만

그래도 너에게는

넓은 세계를 향한 용틀임이겠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

새 땅을 찾으려는 가없는 노력

너를 보며 희망을 품는다

하루하루 쉼 없이 애를 써도

별 진척 없는 나의 삶

달팽이…, 너를 닮았을지도 모를.(2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