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들판이나 세상이나
靑松 권규학
2020. 10. 26. 13:19
들판이나 세상이나 / 청송 권규학
들판 가득 잡초들이 무성합니다
끊임없이 궐기하는 잡초들의 반항에
농장의 곡식들이 내려앉았습니다
농장엔 잡초만이 아닙니다
비바람과 찬이슬이 섞어 치고
야생동물들의 습격도 빈번합니다
그런 게 없다면 들판이 아니지요
그런 일조차 없다면 농장이 아니지요
농사를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숱한 반항과 도전을 이겨내고서야
비로소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도
들판의 곡식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고난 없는 세상살이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바람이 약해지기만을 바라보고
물결이 잔잔해질 때를 기다리는 것
그것은 들판의 잡초들이
스스로 말라죽길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바람이 약하면 약한 대로
강하면 더 강한 의지력으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전진해야 합니다
화단에서 자란 꽃보다는
험지에서 자란 꽃이 더 향기롭듯이
시련을 이기고서야 비로소 성공을 말할 수 있을.(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