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감나무도 알았을까
靑松 권규학
2020. 7. 29. 15:36
감나무도 알았을까 / 청송 권규학
전원(田園)의 뜰에
감나무 한 그루 있습니다
이른 봄, 연둣빛 새싹을 틔워
왕관 모양 꽃을 피우더니만
꽃 진 자리마다 파란 열매를 맺었습니다
저 파란 열매가 커서
조홍감이 될 무렵이면
계절은 훌쩍 가을로 접어들겠지
기대와 희망 가득 품고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았습니다
툭 투욱-
하나가 떨어지고, 또 하나가 툭
감꼭지를 잡고 있던 감들
잡은 손에 날로 힘이 풀리고 있습니다
아침저녁, 마당 가득 깔린 풋감들
찌그러진 감의 몰골만큼이나
조여든 가슴엔 희망도 사라집니다
행여 감나무도 알았을까요
코로나의 지루한 습격에 짜증나고
믿지 못할 세상인심에 찌그러지고
정치판의 말장난에 희망마저 잃은
너와 나, 우리의 비참한 현실을.(2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