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백수(白手) 이야기
靑松 권규학
2020. 2. 14. 14:58
백수(白手) 이야기 / 청송 권규학
커튼을 걷습니다
햇살이 발코니에 내려앉습니다
담 밑에서 졸던 괭이 한 마리
화들짝
봄볕에 놀라 일어서고
뜨락의 풀꽃도
덩달아 꽃춤을 춥니다
햇살이 서산을 넘어갑니다
어제가 오늘이 되었듯이
내일이 오늘의 옷을 입고 다가섭니다
먼산이 내달려와 눈앞에 멈춥니다
오늘이 저만치 멀어집니다
커튼을 내립니다
소리 없이 하루가 스러집니다.(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