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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복례(克己復禮)1

靑松 권규학 2020. 2. 2. 16:14

 

 

극기복례(克己復禮)1 / 청송 권규학

 

 

숲을 태워 불의 신을 노하게 하고

샘을 오염시켜 물의 신을 자극하는 만용

하늘에선 천마(天魔)가 발호하고

땅속에선 지마(地魔)가 꿈틀대고

땅 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촌(地球村) 구석구석 재앙의 조짐들

나만 살겠다고 발버둥 칠 일이 아니거니와

혼란 속에 뛰어들어 허우적거릴 일도 아닙니다

 

드넓은 바다에 폭풍우가 몰아칠 때

이기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다는

바람의 흐름에 배를 맡기는 게 좋습니다

반항하면 할수록 배는 더 부서질 것이나

흐름을 따르면

오히려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기에

 

극심한 번민(煩悶)이 마음을 휘젓는 요즘

역행(逆行)이 아닌 순응(順應)을 택하고

파괴보다는 수용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소용돌이치는 사고(思考)의 강줄기

몰아치는 번민(煩悶)의 거친 물결들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지금껏 받아온 과분한 사랑의 빚

조금이라도 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일 테니.(2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