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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시대(混沌時代)3

靑松 권규학 2020. 1. 15. 09:14

 

 

혼돈시대(混沌時代)3 / 청송 권규학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혼돈의 시대

피아(彼我)가 구분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드러내지 못한 채

죽은 듯 가뿐 숨을 몰아쉬는 사람들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음에도

일부러 날갯짓을 숨기는 것은

장차 더 높고 멀리 날고자 함이겠지만

울지 않고 잠자코 있는 건 신중함인가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신뢰가 사라진 현실에 눈물샘만 젖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는

 

물로 한 맹세는 물이 마르면 없어지고

술로 한 맹세는 술이 깨면 사라지겠지만

전신의 피를 모두 쏟아도 깨어지지 않는

사나이 피의 맹세는 어디로 갔는가.(2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