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권규학 2019. 6. 28. 16:19

 

 

보리밭 / 청송 권규학

 

 

이른 봄, 영이랑 철수랑 손에 손잡고

겨우내 언 땅, 부풀린 풋보리 뿌리를

종종걸음으로 밟아 다독였던 기억 저편

그 너머, 내 고향 들녘엔 보리가 익는다

 

구렁이가 엎드린 듯한 논둑길

가르마 삼단 머릿결 출렁이는 보리이랑

보리깜부기 뽑아 주고받으며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내 동무'

정겹게 노래하던 소꿉친구는 어디에 있을까

 

천하장사를 꿈꿨던 낙동강 백사장

은모래 위의 점박이 물새알

뽀얀 떡개구리 뒷다리 구이의 기막힌 맛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물고기 천렵의 재미

 

뉘엿뉘엿 해가 질 때쯤

태양을 등진 보리밭 황톳길 사이

반쯤 찬 꼴망태 옆에 차고

누렁이 등에 탄 소년 카우보이

삘릴리- 보리피리 불던 추억이 새삼스러운.(19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