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어느 봄날에(3)

靑松 권규학 2019. 4. 23. 12:04

 

 

어느 봄날에(3) / 청송 권규학

 

 

가창 국도* 도로변

자동차가 거북이걸음을 한다

 

반쯤 열린 차창으로

밀가루, 단팥 익는 냄새

끼니를 놓친 아랫배

꼬르륵- 태평양 전쟁을 치른다

 

둥근 쟁반 위, 하얀 찐빵들의 도열

온 가족이 둘러서서

거침없이 한입씩 깨문다

 

주욱- 반항 없이 배를 갈라주는 찐빵

토도독- 잇몸 사이에서 터지는 팥알

씹을수록 그리움이 덧칠된다

 

어느 세월 한 귀퉁이

곰팡이 핀 시루떡 홍시에 찍어주시던 어머니

울컥- 치밀어 오르는 회한의 정(情)

 

문득

선 채로 돌이 된 그리움에

목이 메어 삼키지도 못하는.(190423)

 

* 가창 국도 : 대구 - 청도를 잇는 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