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포도나무를 심으며

靑松 권규학 2019. 4. 5. 08:44

 

 

포도나무를 심으며 / 청송 권규학

 

 

전원(田園)의 뜰에 포도나무를 심습니다

옆집 할머니가 말을 걸어옵니다

'아재요, 포도는 언제 열리나요'

참으로 목표지향성이 강한 분인 듯싶습니다

나무에 주렁주렁 과일이 달린 모습

뭔가를 심을 때마다

늘 꿈꾸던 나의 바람이기도 했었는데…,

 

전원(田園)과 함께하며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나무에 주렁주렁 열매가 달리는 것도 좋지만

뭔가를 심어 가꾸고자 쏟은 정성과

싹과 잎을 내고 열매를 맺기까지

식물이 주는 감동, 그런 것들이 주는 각성

마치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은 마음입니다

 

지금도 온 힘을 다해 추위를 견디는 놈

뿌리에 힘을 모아 땅을 얽어매는 녀석

그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

'왜 빨리 크지 않느냐'고

'왜 열매를 맺지 않느냐'고

조바심을 내거나 독촉하고 싶진 않습니다

매 순간이 감동이고 기쁨일 뿐입니다

 

할머니가 다시 묻습니다

'아재, 올해 포도 먹을 수 있나요'

'열리기나 할까요'

‘글쎄요, 그건 나무에게 달렸겠지요’.(19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