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靑松 권규학
2018. 12. 21. 08:05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 청송 권규학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인생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게 없다면
아래로 내려놓음이 마땅함이요
가지고 온 게 없어 내려놓을 게 없다면
몸에 지니고 갈 수밖에 없는
그저 방하착(放下着) 착득거(着得去)할 밖엔…,
구름은 미움 없이 하늘을 날고
새는 날다 지쳐서야 돌아오듯이
인생이란 건 그렇고 그런 것이려니
생로병사(生老病死)는 하늘의 뜻
삶을 얻었다는 건 죽음을 준비한다는 의미
형체가 있으면 운명도 따르나니
사람의 귀천(貴賤)은 중요한 게 아니로세
지지고 볶으며 사는 세상사
온전한 몸으로 살다가 갈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또 바라리
비운다 비운다고 말들하지만
정작 비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
진정 빈 마음이란 건
'비웠다'는 표현조차 하지 않는 것이거늘.(1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