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푸지게 울고 싶은 날엔

靑松 권규학 2018. 12. 17. 08:33

 

 

푸지게 울고 싶은 날엔 / 청송 권규학

 

 

하늘의 태양에 흑점이 생기고

몸과 마음에도 어둠이 가득한

생각하는 일에 의욕이 떨어지고

하는 일마다 엇박자만 켕기는 날

 

온갖 사념(邪念)*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사념(邪念)은 단편적인 구름과 같아서

그 구름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밝은 태양을 볼 수가 없고

없애지 않고서는 영혼의 빛을 밝힐 수 없지만

없애려 할수록 강해지는 게 사념(邪念)이기에

물 흐르듯이 내버려 두는 게 좋을지도 모를…,

 

인생이란 게 어차피 복불복의 연장이라면

태어남이란 건 곧 고난의 길을 걷는 것이요

산다는 것 또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기에

누구나 그 길을 오고 가는 운명일 터

누가 먼저 가고 나중가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오늘 같이 울적한 날엔 그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푸지게 울고 싶다

호(號)*를 할 분위기는 아니고

곡(哭)*을 할 입장은 더욱 가당찮은

내뱉을 수 없는 속앓이에 조용히 읍(泣)*할 뿐.(181217)

 

* 사념(邪念) : 올바르지 못한 그릇된 생각

 

* 울음의 종류

- 호(號) : 부르짖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울음

- 곡(哭) : 소리내어 우는 울음

- 읍(泣) :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는 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