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어둠의 세월
靑松 권규학
2018. 11. 30. 14:42
어둠의 세월 / 청송 권규학
하얀 낮이 지나고 까만 밤이 왔다
세상은 늘 그랬다
밝은 태양이 지면
스멀스멀 까만 밤이 기어드는…,
그 까만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내일이 온다
내일…, 내일이란 뭘까?
내일이란 그저
오늘 다음에 이어지는 의미 없는 단어
달과 별이 없으면 그냥 깜깜한 암흑천지일 뿐
불행 다음에 찾아오는 희망이란 개념이 아니다
세상은 전혀 내 편이 아니었다
좋은 가문의 배경도 없었고
훌륭한 인연도 얻지 못했으며
멋들어진 인생일랑 꿈도 꾸지 못했다
한낱 풍경에 불과했다
그저 맨 땅에 헤딩하며 살아온
밑바닥의
밑바닥의
밑바닥 인생을 사는 어둠의 자식이었다
어느 날인가, 햇살이 비췄다
너를 만나고서야 꽃이 되고 별이 되고
비로소 해맑은 종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젠 종말을 보고 싶다
어둠의 세월, 그 질곡(桎梏)의 끝을.(18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