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사랑앓이(3)

靑松 권규학 2018. 11. 4. 16:26

 

 

사랑앓이(3) / 청송 권규학

 

 

스산한 계절 가을이 깊어갑니다

길섶의 살사리꽃이 옷깃을 여미고

천둥벌거숭이*들의 군무(群舞)도

스치는 찬바람에 주춤해졌습니다

 

이 시간 사랑은 어찌 지내시는지요

남녀 간의 사랑은

바늘 끝에 벼락이 치는 것과 같은 이치

웃자고 던진 농담 한 마디에

죽자고 달려드는 눈먼 마음이 아픕니다

 

가까운 듯 멀기 만한 야속한 그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따라간다지만

그댈 읽는데 이만큼의 세월이 흘렀다면

잊는 데는 얼마의 세월이 더 필요할까요

 

아직까지도 여물지 못한 우리 사랑

여린 가슴엔 피멍이 들고

잡힐 듯 멀어지는 사랑앓이에

시나브로 속 가슴 애간장만 찢어집니다.(181104)

 

* 천둥벌거숭이

① '고추잠자리'의 경상도 지방 방언

② '철없이 두려운 줄 모르고 함부로 덤벙거리거나 날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