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늑대와 양(羊)
靑松 권규학
2018. 5. 17. 12:19
늑대와 양(羊) / 청송 권규학
풀을 뜯는 양, 양을 잡아먹는 늑대
누가 더 나쁜 동물일까
양은 풀로 연명할 수 있지만
늑대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하늘이 내린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숙명이고 보면
결코 늑대를 나쁜 동물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늑대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바치며
한 번 정을 준 주인에게 목숨을 던지는 충직한 동물이지만
양(羊)은
상대를 덥게 하고자 여름엔 바짝 붙어 자고
상대를 춥게 하고자 겨울엔 서로 떨어져서 자는
무척 시기심이 많고 이기적인 속성을 지닌 동물입니다
세상은 겉모습만 보고 선악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겉이 희다고 해서 속까지 흰 것은 아닙니다
겉이 검다고 속까지 검은 건 더욱 아닙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늑대의 탈을 쓴 양이기보다는
늑대는 늑대, 양(羊)은 그저 양(羊)이었으면 합니다
진정 늑대의 탈을 쓴 양보다는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더 많은 게 세상이기에.(18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