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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지절(驚蟄之節)이면

靑松 권규학 2018. 3. 9. 18:26

 

 

경칩지절(驚蟄之節)이면 / 청송 권규학

 

 

모든 게 손을 내린 벌판

평화를 희구하던 휴식의 땅에

전운(戰運)이 감돈다

땅 밑에 숨었던

개구리 뱀 두꺼비가 기어 나오고

앞뒷산 동구 밖에

생강꽃 산수유꽃이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뿐이 아니다

앞산 묵정밭 둑에선

조팝꽃이 새하얀 튀밥을 틔우고

뒤란의 앵두나무에도

사립문 옆 벚나무, 도화행화(桃花杏花)에도

연분홍 꽃들이 폭죽을 쏘아댄다

 

영원한 평화는 없다고 했다

마침내 전쟁이다

집안 뜨락과 들녘에도

앞뒷산 골짜기 산 능선에도

오솔길 산책로, 공원길에도

불쑥불쑥 펑펑 팡팡

온통 풀꽃의 포화로 아수라장이 되는.(1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