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자작글
강아지풀(4)
靑松 권규학
2017. 11. 12. 10:57
강아지풀(4) / 청송 권규학
풀숲에 앉아 들풀을 본다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숱한 풀들
연못 가장자리 산비탈엔
갈대와 억새가 키재길 하고
물가엔 부들이 어묵 꼬챙이를 꿴다
논둑 아래 좁다란 길섶엔
그령이 결초보은(結草報恩)을 약속하고
이에 질세라 강아지풀도 반갑게 꼬리를 친다
여느 가을꽃처럼 탐스럽진 않지만
꽃보다 더 순박하고 청초한 풀꽃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늘 낮은 자세로
내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착한 친구
하나 꺾어서 강아지를 만들까
친구 녀석 등짝에 몰래 넣을까
길고양이라도 불러 장난이라도 칠까
바람에 일렁이는 너를 보며
지금의 내 모습을 반추(反芻)한다
나날이 하릴없이 시간깎기에 바쁜 나
고요와 평화와 안일이 주는
이 무지막지한 성근 행복감
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어쩌면 그냥 그게 더 편할지도 모를.(171112)